“국산 신약 엠빅스, 비아그라·시알리스와 당당히 어깨 겨룬다”

SK케미칼 신호철 제제팀장

대한민국 신약 개발의 역사는 SK케미칼에서 시작한다. 1999년 국산 신약 1호 ‘선플라’(항암제)를 내놓았다. 시장에서의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절치부심. 2007년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엔 발기부전 치료제(엠빅스)였다. 상황이 나빴다. 비아그라·시알리스의 위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보란듯이 살아남았다. 국산 신약으로는 유일하게 국내 매출 상위 5개 품목(4위)에 이름을 올렸다. 거대 글로벌 제약사의 블록버스터 치료제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복제약의 틈에서 엠빅스가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신호철 제제팀장을 만나 엠빅스의 생존 전략을 들었다.

Q : 출시 당시 상황은.

A : “2007년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화이자와 일라이릴리라는 거대 제약사의 ‘비아그라’ ‘시알리스’가 과독점하고 있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선 우리보다 한발 앞서 동아제약이 ‘자이데나’를 출시한 상태였다. ‘엠빅스’(성분명 미로데나필)가 새로운 성분이긴 하지만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는 어떻게 봐도 후발주자였다.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퇴출 직전의 상황까지 몰렸다.”

Q : 고민이 깊었을 것 같다.

A : “임상시험에서는 발기력이 다른 어떤 약보다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쉽지 않겠나. 후발주자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퇴출되는 게 너무 속상했다. 어떻게든 살려야 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고민을 거듭했다. 복용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알약 대신 혀에서 녹는 필름 형태로 다시 만들기로 했다. 은밀하게 복용하고 싶은 남성의 심리를 겨냥했다. 지갑에 가져다닐 수 있을 정도로 얇고 편리하면서 물 없이 빠르게 녹여먹을 수 있게 만들기로 했다.”

Q : 만들자고 해서 뚝딱 나오는 건 아닐 텐데.

A : “개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트라스트’라는 패치형 관절염치료제를 이미 개발하고 있던 터라 조금 자신감이 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패치와는 전혀 달랐다. 필름은 도포·성형·건조·커팅 등 여러 공정이 추가된다. 김을 말리는 과정과 비슷하다. 약의 결정을 아주 얇게 깔고 고정·코팅한 뒤 적당히 말리고 잘라야 한다. 너무 바짝 말리면 부스러지고, 덜 말리면 포장지에 눌러붙어서 문제다. 최대한 얇고 질기면서 잘 녹도록 만들어야 했다. 물 없이 녹여 먹기 때문에 맛도 중요했다. 맛과 향을 넣어야 했다. 일련의 설비를 갖추는 데 20억원 가까이 들었다. 실험실에서는 그럴듯하게 만들어졌다. 막상 기계에선 불량품이 많았다. 뚝뚝 끊어지거나 너무 바짝 말라 문제였다. 실패를 거듭했다. 수없는 시도 끝에 똑같은 제품이 생산됐다. 3년 만이었다. 팀원들과 만세를 불렀다.”

Q : 시장에서 반응이 괜찮다고 느낀 순간은.

A : “2011년 정부에 허가를 신청했다. 언론을 통해 허가 소식이 전해져 회사 콜센터에 문의가 조금씩 늘었다. 발매는 허가 3개월 후였다. 보름 만에 매출 10억원을 돌파했다. 의약품 도매상이 시장의 반응을 살핀 후 선주문한 결과였다. 콜센터에 문의가 쏟아졌다.”

Q : 발기부전 치료제 중 필름 형태로 성공한 제품은 엠빅스가 유일하다.

A : “2012년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이 쏟아졌다. 이때 필름형으로 재생산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심지어 오리지널 비아그라를 만든 화이자에선 한 국내 제약사와 제휴해 ‘비아그라L’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엠빅스만 살아남았다. 얇고 질기면서도 빠르게 녹는 기술력에서 우리가 앞섰다. ‘퀵솔(Quick-SOL)’이라고 명명된 기술이다. 특허로도 등재됐다.”

Q : 제형 변경으로 성공한 다른 사례가 있나.

A : “치매 치료제를 패치 형태로 만들어 성공한 사례가 있다. 알약으로 먹으면 오심·구토가 심한 약이다. 먹지 않고 붙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작다. 치매 노인이 약을 뱉지 못하는 장점도 있다. 보호자가 손이 닿지 않는 등 뒤에 하루 한 번 붙이면 된다. 씹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소아 알레르기·천식 치료제도 제형을 변경해 성공한 사례 중 하나다.”

Q : SK케미칼에서 준비 중인 신약 가운데 최신 제형 기술이 접목된 제품이 있나.

A : “아무 약이나 필름형으로 만든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분마다 잘 어울리는 제형이 따로 있다. 일례로 고혈압·당뇨병 치료제는 약효가 굳이 빨리 나타나지 않아도 된다. SK케미칼에선 올해 ‘이중방출 제어’라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 과민성방광증후군 치료제가 출시될 예정이다. 한 캡슐 안에 두 가지 약물이 들어 있다가 시간차를 두고 방출되는 기술이다. 주 치료성분과 부작용 개선 성분이 들어 있다.”

“국산 신약 엠빅스, 비아그라·시알리스와 당당히 어깨 겨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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